강산 / 이서구의 시 감상
薑山 / 李書九
[조선 영조때 21세로 문과에 급제한 文人]
1) 菊花에게 주다.
나는 본디 친구가 적어
외롭기 새벽달 같은 신세라네
때로는 책 속에서 사람을 만나
정신에다 의탁하여 그와 교유하지
마음 속 생각이야 환히 알 수 있으되
얘기하고 웃으며 친할 길은 없었네
괜스레 서글픔만 더 불어나서
필경에는 좋은 인연 못되고 말지
국화 그대는 곧고 곧은 자태를 지녀
맑은 절개 세속을 벗어 났다지?
고고한 그 풍모 가까이 만나
내 자리에 상빈으로 맞으렸더니
어째서 나를 피해 멀리 달아나
함부로 商山 四皓의 무리에 비긴단 말가?
오늘 아침 문득 서로 만나니
바로 가을 계곡 물가에 있구나
꼿꼿한 절개는 찬 서리를 능가하고
고고한 모습은 가을 하늘 비추네
귀양온 시름에 지기를 잃은 듯 하더니
꽃다운 이웃 만나다니 다행이구나
다만 그대는 오만한 태가 많아
비웃음 머금고 쫓겨난 신하 바라보네
우경은 남의 어려움을 잘 도와주었고
자상은 빈곤한 사람 잘 구제 했었다
곤궁한 길에서야 절의가 드러나니
이런 행실 행할 사람 이제는 없네
그대는 또 나에게 싸늘한 눈길 지으니
군자다운 仁을 손상할까 염려가 되네
사귐이 얕으면 꺼리는 말 깊은데
나만은 참 속마음 헤쳐 보이네
그대 날 멀리 버리지 않으면
지금부터 당장에 가까워지리.
2) 국화의 答
군자의 사귐을 함부로 아니하고
옛 사람은 선비에게 겸손한 것 귀하게 여겼지요
듣자니 그대는 글을 꽤 읽었다니
아마도 이런 이치 알고 계시리라
밝고도 빛나는 서울의 정원에는
울긋불긋 온갖 꽃이 가득했지요
그대는 그때 벌 나비를 따라
봄바람 꽃술에 춤을 추었지요
외톨이 꽃이 문득 자신을 뽐내 본들
어디 한번 쳐다 보기나 하셨을까요
내 성격은 본디 맑고도 곧아....
서리와 눈 속에도 우뚝 서 있지요
드디어 오만하단 이름을 얻었지만
실상은 우연일 뿐이랍니다
굴원은 시골에서 못 가를 방황했고
연명은 율리에서 은거해 지냈지요
이들은 모두 곤궁하고 주렸으나
나는 그래도 知己라 불렀지요
어지러운 세상 웃을 일이 적어
심지어는 백년하청에 비기곤 하지요
그러나 나만은 그렇지 아니하여
마음 속 온화함이 밖으로 드러나지요
이런 좋은 안색을 가지고
사람들과 위로하고 기뻐도 한답니다
이태백은 어른다운이가 못되었으니
취하여 경솔하게 조롱하고 헐뜯었지요
그대 지금 또 나를 미워하시니
마음속에 스스로 부끄러움 없으신지
우뚝 솟은 계곡 가 소나무는
추위가 닥쳐도 평소의 지조 견지하는 법
그대 마음 진실로 확고하다면
내 사귐은 물처럼 無間하리다.
교우의 문제를 제기한 시 이다.
국화는 곧고 곧은 자태를 지니고 세속을 벗어난 고고한 존재로 설정된다.
서리보다 더 매서운 절개
가을 하늘에 비길만한 고고한 표방으로 오만하게 버티고 서 있다.
강산은 온갖 꽃---- 관직 부귀 공명이 벌려 있는 서울에서 이를 맹목적으로 쫓느라 시류에 따라 지론을 바꾸는세태와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을 확인하는 시이다
선비의 사람됨을 짐작케 해 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