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習作

밤송이는 저절로 벌어진다

옥호정 2007. 8. 10. 16:28

 

삿갓이 팔도를 유람 하다가

함경도 단천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은 경치도 좋고 술집도 많았다.

단천 사람들은 삿갓의 글이 좋다는 소문을

일찌감치 듣고 있었던 터라

"우리 애들에게 글 좀 가르쳐 주시오"

하고 청했다.

삿갓이 생각해 보니 , 돌아다녀 보았자

고달프기만 하고 , 훈장 노릇으로

대접 받으며 사는 것도 괜찮을 성싶었다

그래서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대 서당에서 조금만 더 가면 술집이 하나 있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삿갓인지라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도 술 생각이 났다하면

시도 때도 없이 가곤 했다.

자주 가다보니 주모와도 많이 친해졌다.

어느 날 주모가

"선달님 ! 우리 술집 간판 좀 써주시겠어요?"

하고 부탁했다

그래서 간판에다 '봉황각' 이라고 써 주었다

간판을 내 걸자 손님들이 더 몰려 들었다.

그러자 주모가 하는 말

"참 . 선생님이 이름을 잘 지어서 장사가 잘 됩니다

내게 딸이 하나 있는데 사위가 되어 주시오"

그래 택일을 해서 바로 혼인을 했다

그런대 첫날 밤에 그 딸이 숫 처녀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삿갓은 일어나 담배를 물고 이렇게 중얼 거렸다

 

毛深內闊  必有過人之迹

활(闊) : 트이다

적(迹) : 자취

 

그러자 그 여자가 발딱 일어나면서 詩로 말 했다

 

池邊楊柳不雨濕  秘園黃栗不蜂開

池邊 : 못둑가에

楊柳 : 버드나무

습(濕) : 젖다

黃栗 : 누런 밤송이

蜂 : 벌

 

처녀는 때가되어 그런 것이지

자신에게 무슨 과거가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삿갓은 그 문장 솜씨는 인정 하면서도

동의 할 수 없다며 그 길로 나가 버렸다.

 

옛날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