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音樂

[스크랩] 현대시가 도덕경을 만나다

옥호정 2007. 8. 12. 09:0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無名)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天地之始)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有名)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萬物之母)

 

   김춘수,,<꽃>중에서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   무명천지지시 유명만물지모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지만 언제나 도는 아니다.

이름으로 이름할 수 있으나 언제나 그 이름은 아니다.

 

도덕경 첫구절을 깔끔하게 담아낸 시..

도의 이름과 필체를 따로 떼서 생각하자는 노자의 발언은 바로 그런 개념적 유연함이다.

이름이 없이 세상은 시작 됐고,이름이 생겨나면서 만물의 어머니가 되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천하개지미위미 사악이

天下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천하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천하가 모두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것이 위미이면 그것은 꼴사납고

천하가 모두 선하다고 알고있는 것이 위선이면 그것은 선이 아니다.

(미와선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본질적 의미의 아름다움과 선함과는 다른 것이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박남수,<새2>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새3>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인간은 늘 오분석 한다.

천하개지(天下皆知)의통념이 틀렸다는 걸 보여 준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천지는 불인하여 만물을 추구처럼 생각한다.(추구:중국사람들이 제사상에 올리던 인형 같은 물건)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회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유치환,<바위> 중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을 시에 감춘 시인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랑과 연민에 물들고 기쁨과 성냄으로 휘청휘청 살았지만

죽어서는바위가 되어 저 천지불인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노자의 자연을 바위에서 찾아냈다.

 

십이월의 북만 눈도 안오고

오직 만물을 가각하는 흑룡강 말라빠진 바람에 헐벗은

 이 적은 가성의 네거리에

비적의 머리 두 개 높이 내걸려 있나니

그 검푸른 얼굴은 말라 소년같이 적고

반쯤 뜬 눈은

면 한천네 모호히 저물은 삭북의 산하를 바라고 있도다

너의 죽어 율의 처단의 어떠함을 알았느뇨

이는 사악四惡이 아니라

질서를 보전하려면 안명도 계구鷄狗와 같을 수 있도다.

 

유치환,<수>중에서

성인불인聖人不仁을 떠오르게 한다.

성인지치聖人之治가 불인하다고 노자는 말했다.

어질지 않다는 것이 모질다는 뜻이 아니라 어질고 모진 인간의 감정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인명이 계구와 같다고 말할 때 들어 있는 '구狗'는 노자의 추구芻狗를 떠오르게 하는 바람에

더욱 심상치 않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낮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네 닫힌 문네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문 열어라 꽃아

 

서정주,<꽃밭의 독백~사소한 단장>중에서

 

天門開闔 能無雌乎 천문개합 능무자호

하늘 문을 열고 닫는 일에 있어서 배필없이 할 수 있겟는가와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여인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는 풀이..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총욕약경 귀대환약신

사랑받음과 미움받음에 똑같이 놀란다.

사랑받는 일은 사랑을 잃는 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사랑과 미움은 한봉지 속에 있다.

 

대추를 줍다가

머리

대추에 처박고 죽은

꿀벌 한 마리 보았다.

단맛에 끌려

파고들다

질식을 했을까

삶과 죽음의

여실한 한 자리

 

박경리,<대추와 꿀벌> 중에서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굴벌 한 마리

나는 짓궃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도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유하,<사랑의 지옥>중에서

 

박경리는 대추 속의 꿀벌이고 유하는 호박꽃 속의 꿀벌이다.

꿀벌의 총寵은 바로 대추와 호박꽃의 꿀이다.그런데 그 꿀 속에 그만 갇혀 버렸다.

그렇다면 대단히 행복해야 할 텐데 박경리 꿀벌은 죽었고 유하 꿀벌은 잉잉거린다.

총이 욕이 되어 버린 놀람이 아닌가.꿀벌에게 총은 먹이에 탐닉하는 몸의 즐거움이고 욕은 그것에

빠져 죽게 된 몸의몸부림이다.

 

꿀벌의 놀람을 바라본 두 시인의 놀람

사랑과 미움의 여실한  한자리를 발견한 그 시안詩眼의 원조는 노자다.

살피면 살필수록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덕경 ..지식인의 수사가 필요하다.

 

어느 필자의 글에서

 

출처 : 현대시가 도덕경을 만나다
글쓴이 : z행복하게살자z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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