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 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 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딜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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