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아래 반짝이는 정수리
반백의 머리카락
쳐진 눈 꺼풀과 목 덜미엔
어김없이 세월의 흔적이 주름졌다.
되 돌아 갈 수 없는 날
또렸이 알기에
저마다 인생사 가슴에 묻고
허물을 벗고 무너지기로 했다.
부어라
마셔라
물래질 하는 하늘이 보고싶다
빈 술병이 탁자를 메우고
노래방 기계 앞에 푸른지폐 꼬리 물고
잠꼬대 같은 소리가 이어진다.
녀석들을 만나면
청춘이 무너진 만큼 술에 또 한번 무너진다.
그리고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다.
깨어나면 일상으로 돌아가
마주 해야 할 태산 같은 책임에 짖 눌려야 한다.
곧 떨어 질 계급장을 달고 말 이다.
아버지고희연이 어제 같은데
문득 생각하면 너 나 없이 곧 닥쳐 올
아버지의 그날을 우리도 지나 갈 것이다.
천명의 물음은 하나인데
동창 녀석의 숫자 만큼 제각기 다른 톤으로
답을 찾는 모두가 법문이 된다.
철이 든 만큼 붉은 열정은 시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