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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身正心

[스크랩] 화해롭게 살러지니! / 경봉큰스님

화해롭게 살지니!



      자연의 법문

      시절은 춘삼월 호시절(好時節)이라
      우주에 춘광(春光)이 도래하여
      시냇물은 잔잔히 흘러가고
      꽃은 웃고 새는 우짖는데
      선창(禪窓)의 한 가닥 맑은 향 연기는
      우리 집의 묘한 풍경이요 다함없는 진리로다.

      이는 경봉스님께서 봄이 되면 자주 읊으셨던
      게송이다. 스님께서는 게송에 이어 다음과 같은
      법문을 하셨다.

      "봄이 오니 새 우는 소리도 다르다. 겨울에는
      추워서 근근히 움츠리는 소리로 우는데, 봄에는
      아주 활짝 핀 울음소리이다. 물은 잔잔히 흘
      러가고 산꽃은 웃고 들새는 노래하는 여기에
      법문이 있다. 법문은 법사(法師)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이 모두 법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스님은 법상에 올랐을 때에나 영축산 숲
      속을 거닐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법문을
      듣는 눈과 귀를 열어 주셨다.

      산을 보면 산과 같이 높은 도덕과 지식을 쌓을
      것을 다짐하고,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면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을 다짐하며, 바다를 볼 때는 넓고
      깊은 마음을 기를것을, 바위를 볼 때는 원력(願力)
      을 바위와 같이 견고하게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등, 산에서도 물에서도, 나아가 자연과 만물에서
      삶의 이치를 배워야 함을 자상히 일러 주셨다.

      자연과 둘이 아니었던 스님은 통도팔경(通度
      八景) 하나하나에 대한 시 등 자연에 대한 시를
      많이 남겼다. 어느 겨울철, 스님은 새벽 등산을
      하다가 한 수의 시를 지었다.

      초목도 삼동에는 선정에 들어
      얼음과 눈 속에서 정기를 단련한다.
      숱한 비바람 험하게 겪으면서
      꽃 피워 향기 토할 그때만을 기다리네.

      草水三冬皆入定 초수삼동개입정
      凍寒氷雪鍊精時 동한빙설련정시
      多經風雨險過事 다경풍우험과사
      只待開花香發時 지대개화향발시


      또 1961년 12월 20일에는 영축산 산세(山勢)를
      보고 극락암 백호등 끝에서 약수를 발견하였는데,
      그 물을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1963년 9월 30일 '산정약수(山精藥水)'라는 비석을
      세우고, 친필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써서 비석에
      새겨 넣으셨다.

      이 약수는 영축산의 산정기로 된 약수이다.
      나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올 먹어야 모든
      병이 낫는다.

      물에서 배울 일

      사람과 만물을 살려주는 것은 물이다.
      갈 길을 찾아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물이다.
      어려운 굽이를 만날수록 더욱 힘을 내는 것은
      물이다. 맑고 깨끗하여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것은 물이다. 넓고 깊은 바다를 이루어 많은 고기와
      식물을 살리고 되돌아 이슬비...
      사람도 이 물과 같이 우주 만물에 이익을 주어야
      한다.

      영축산이 깊으니 구름 그림자가 차고
      낙동강 물이 넓으니 물빛이 푸르도다.
      미소할 뿐...

      靈鷲山深雲影冷 영축산심운영냉
      洛東江闊水光淸 신(口+西) 낙동강활수광청 신

      스님께서는 사람들을 약수터로 데려가 이글을
      직접 읽어주시면서, '되돌아 이슬비' 다음의
      말줄임표(...)와 '미소할 뿐'에 깊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하셨다. 끊임없는 순환을 나타내는
      ....와 미소 속에 진리를 묻어두셨던 것이다.

      진정 스님께서는 자연을 피부로 느끼면서 사셨을
      뿐 아니라,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움직임을 같이
      하셨다.

      자연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만물과 더불어 화해하
      는 근본이라는 자각, 우주는 춘하추동의 사계절
      로서 만물을 생장케 하고 발육시킨다는 사실, 춘하
      추동 사계절의 기운을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에 이용
      할 때 모든 일에 실패 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원리
      를 스님께서는 깊이 체득하고 계셨다.

      자연과 계절과 사람!

      "따스한 봄날에 초목에는 잎이나고 꽃이 피어난다.
      사람의 마음도 봄날같이 화창하면 모든 일에 능률
      이 오른다. 온화한 그 마음에 착하고 순하고 인정
      미가 있다면 모든 일에 성공할 수 있으니 봄과 같
      은 온화함을 배워야 한다.

      여름날은 후끈후끈 더워서 만물을 무성하게 한다.
      사람도 여름날과 같이 그 마음에 뜨거운 덕의(德義)
      가 있어야 성공이 빠르다.

      가을날은 싸늘하고 냉랭한 기운이 있어서 모든
      곡식과 과일을 익게 한다. 사람도 가을 기운과 같이
      판단력이 빠르고 강하면서도 냉정한 기운이 있어야
      한다.

      겨울날은 찬바람이 불어 서리와 눈이 오고 혹한으로
      만물이 얼게 된다. 그러나 만물은 이때를 맞아 꽃
      피고 잎이 돋는 봄날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람도
      겨울의 용맹과 인내, 정열과 분투력을 배워야 새
      봄의 향기 짙은 꽃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봄과 여름의 기운만을 쓰거
      나 가을과 겨울의 기운만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철의 기운을 고루 배워 적절히 그 기운을 사용하
      는 이야말로 인생을 윤택하게 가꾸는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극락암 뒤의 산길을 거닐면서 산천초목을
      향해 생장(生長) 염불을 들려주셨던 경봉큰스님!
      스님의 삶은 언제나 자연과의 화(和) 속에
      있었던 것이다.


      글/김현준(월간 법공양)
출처 : 화해롭게 살러지니! / 경봉큰스님
글쓴이 : 如林性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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